수채화
풍경이 흐르는 배경
오르간 소리 울리고
정든 골목길 담장에 얼룩진 그림들
냉이 달래 씀바귀 혀끝에 쌉쌀한
낡은 시간 위에
비밀의 계단을 오르며
지나간 일들
지나간 사람들
다가올 일들
모두가 익숙하고 모두가 낯설다.
의자는 무거운 나를 보듬고
쉬어가라 쉬어 가라 자장가를
불러준다,
가만
가만히
/김후란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