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를 끄는 남편은 앞 못 보는
시각 장애인이고 수레에 탄 아내는 하반신이
마비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 입니다.
스스로를 '반쪽'이라 부르는 두사람은
작은 손수레에 생활 필수품들을 가득 싣고
다니며 장사를 합니다.
"아저씨, 수세미 하나주세요."
"수세미가 어디 있더라… 아, 여기 있어요."
눈을 감고도 혼자서 물건을 척척 잘 파는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얼마예요?"
"천 원,천 원, 무조건 천 원 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내가 잠시 손수레에서 내려 숨을 돌리며
쉬는 사이에 더듬더듬 수레를 끌고 가던
남편이 고무장갑 하나를 팔게 되었습니다.
"자,
고무장갑 여기 있습니다."
"…여기 돈이요."
고무장갑을 받아든 아주머니는
천 원짜리를 내고도 만 원짜리라고 속인 것입니다.
"그거…
만 원짜린데요."
"아 , 죄송 합니다.
9천 원 거슬러 드릴게요."
다른 날 같으면 손끝으로 꼼꼼히
확인을 했을 텐데 그날은 뭐에 씌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9천 원을 거슬러준 것입니다.
"내가
고무장갑 하나 팔았지.자 여기 만 원."
만 원이라며
천 원짜리 한장을 내미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기가 막혔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했습니다.
불구자를 속인 사람에 대한 저주와
사회에 대한 배신감,
불구에 대한 원망과 좌절이 앞섰지만
그 어느것도
나와 남편의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당신 이제 나 없어도 장사 잘하네..."
만일 아내가
잘못 거슬러 준 9천 원이 아까워
남편에게 핀잔을 주었더라면
눈 먼 남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 하며
마음을 할퀴었을 지도 모릅니다./전남 강진군 남성리 김해등씨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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