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봄

시 두레 2013. 5. 11. 05:08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반나절 봄

 

     소리, 파시, 미카 이름을 가진 기차

     아지랑이 언덕 넘는 반나절 봄이 있다

 

     KTX가 서울서 부산까지 왔다 갔다 해도

     시간이 남는 반나절 봄이 있다

 

     버들가지 물 위에 졸고,

     풀밭에 늘펀히 앉아 쉬는 반나절 봄이 있다.

 

     고운 나이에 세상 등진 외사촌 동생 순자 생각나는

     반나절 봄이 있다.

 

     어린 마음 떠나지 못하고 물가에 앉았는

     반나절 봄이 있다.    /도광의

 

   짧다. 싸맸던 목도리를 풀고 곧바로 반팔 옷을 입는다. 봄꽃들 피는가 싶어 좀 들여다보리라 맘먹고 있는데 어느덧 잎사귀만 퍼렇다. '봄'이라는 시간의 이름. 봄만 그러랴. '청춘'이라는 생애 한때의 이름. 한나절도 아니고 반나절이라니.

 

   '반나절'이라는 그 음감과 뜻 속에는 차라리 깊고 긴 심연의 느낌이 깔려 있지 않은가.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좀 긴 시간.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그 시간의 크기를 알기에 차라리 영원을 추구해 보자는 심사다.

 

   저 기차 미카다… 저 기차는 파시다… 그렇게 호명하며 기차 구경을 하던 시절이 아지랑이처럼 사라졌고 지금은 시속 200㎞ 넘는 쏜살의 기차가 지난다. 반나절만 살다 간 동생도 있다.

 

   한 노인이 그 언덕에 다시 앉아서 시간의 터널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아쉬움이 반, 쌉쌀한 미소가 반이다. 버들가지가 물속을 들여다보듯이.

 

   우리 전 생애의 길이는 반나절쯤이라고 규정해 보고 싶은 찬란한 봄이다.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망  (0) 2013.05.14
서해상의 낙조  (0) 2013.05.12
키 작은 나무  (0) 2013.05.09
달의 수례바퀴 끌고 간  (0) 2013.05.08
一呵呵 (일가가) 하나같이 우습다  (0) 2013.05.07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