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으로 내리는 비는 둥글다
조금도 경계가 없는 비가
내린다. 한 곳도 빠트리지 않고
아무리 애써도 달라지지 않는 생의
그물을 붙든 쪽방 노인이
언제나 무상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맞으려고 물갈퀴 손등을 내민다.
낡은 살의 굴곡을 따라
크고 작은 물동그라미가 또르르
반가운 노랫가락을 흥얼거린다.
환희에 부푼 은빛 방울들이
파란 음표를 송알송알 엮어내고
흔들리는 잎사귀마다
손풍금을 켜는 날
멀리 지상의 옹달에서
오래 묵은 상처들이
씻겨 내려가는 소리가 하염없이 둥글다.
/문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