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다 비어지면
그대 곁에 가리라
겸허한 손 께끗한 발로
그대에게 가서
잠들리라.
그대 영혼의 맑은 사랑을
내 빈 그릇에 담고
내 꿈을 그대 가슴에 담아서
잠 속에 눈부신 나비가 되리라.
금빛 침묵의 땅에
꽃처럼 떨며 열려서
사랑을 곡백하리라.
티 없는 눈빛으로
그대와 함께 걸어 강에 가서
엎드려 물을 마시라라.
노래 부르리라.
다 비우고 빈 몸으로 깨어나
새 악기가 되어서.
/이성선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