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는 외롭다. 아이는 늘 해바라기를 하고 해바라기는 마침내 아이의 목젖을 뜨겁게 한다. "붉어요, 붉어요." 이렇게 외롭고 간절한 흐느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왔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강이 보이는 언덕 꽃밭에 쓸쓸한 야유회를 왔다. 이들이 왜 떨어져 사는지 그 까닭 같은 걸 따져보는 일은 이미 이들 생에서 불필요하다. 아버지는 정답고, 그러나 그 정다움은 찰흙으로 만든 인형처럼 허술한 것이어서 외려 화려한 장식까지가 필요하다. 끝내 아버지도 뒤돌아 긴 강물을 바라본다. '강물이 여리다는 걸' 아이도 다 안다. 다시 이별을 예감한 아이는 꽃밭을 걷는다. 하나 다행이다! 아이는 이별을 나비로 만들 줄 알고, '이별을 무심히 손에 쥘' 줄 알아서.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