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

 

어제 오후에 해바라기를 씹어 먹었다. 내가 해바라기를 먹자,

해바라기들이 붉어요. 붉어요. 

하며 흐느꼈다,

 

그는 꽃밭에다 나를 앉혀놓고

고무찰흙을 토닥여

내 남편을 만들더니 빨간 꽃잎 따

나비넥타이까지 장식해선

브로치처럼 앞가슴에 달아준다.

그리고 뒤돌아 오래 강을 바라본다. 그가 강물을 오래 바라보는 건

강물이 여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뒤돌아 아장아장 꽃밭을 걷는다.

걸을 때마다 내 가슴 속 해바라기들 붉은 임신을 하고

나는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을

무심히 손에 쥔다.   /박연준

 

   아이는 외롭다. 아이는 늘 해바라기를 하고 해바라기는 마침내 아이의 목젖을 뜨겁게 한다. "붉어요, 붉어요." 이렇게 외롭고 간절한 흐느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왔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강이 보이는 언덕 꽃밭에 쓸쓸한 야유회를 왔다. 이들이 왜 떨어져 사는지 그 까닭 같은 걸 따져보는 일은 이미 이들 생에서 불필요하다. 아버지는 정답고, 그러나 그 정다움은 찰흙으로 만든 인형처럼 허술한 것이어서 외려 화려한 장식까지가 필요하다. 끝내 아버지도 뒤돌아 긴 강물을 바라본다. '강물이 여리다는 걸' 아이도 다 안다. 다시 이별을 예감한 아이는 꽃밭을 걷는다. 하나 다행이다! 아이는 이별을 나비로 만들 줄 알고, '이별을 무심히 손에 쥘' 줄 알아서.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까닭  (0) 2012.11.01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  (0) 2012.10.31
당신은  (0) 2012.10.29
稚子(치자)  (0) 2012.10.28
물음  (0) 2012.10.27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