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판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려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 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숭보겄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겄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 줄이
완급을 잃을까 저퍼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름나무 그늘을 지어벼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