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兒輩韻還示

시 두레 2012. 5. 13. 04:55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아이들에게

(次兒輩韻還示·차아배운환시)

中宵時靜坐(중소시정좌) 한밤에 때때로 조용히 앉아

不愧對明燈(불괴대명등) 등불을 마주해도 부끄럽지 말아야지

身喜今猶古(신희금유고) 몸이 즐거우면 지금이 옛 태평성대고

胸空火與氷(흉공화여빙) 마음을 비우면 불길도 얼음처럼식는다

此關有誰透(차관유수투) 첫 관문을 열고 간 이 누구일까

彼岸無人登(피안무인등) 저 높은 언덕에 오르려는 자 없구나

進學同升塔(진학동승탑) 배움이란 탑을 오르기와 같나니

終須到上層(종수도상층) 끝내는 꼭대기로 올라가야지

/홍인모(洪仁謨·1755~1812)


아들딸이 시를 지어 부모에게 보여주자 부모가 다시 똑같은 형식으로 시를 지어 아들딸에게 주었다. 조선 정조·순조 때의 문신 홍인모와 그 아내, 그리고 자녀들의 모습이다. 요즘에는 상상하기 힘든 가정의 풍경이다. 부부가 자녀들과 시를 지어 주고받고 돌려보는 일은 옛날에도 드물었는데 홍인모 집안은 가족 간에 주고받은 시의 비율이 유독 월등하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로 썼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욕심으로 채우지 말고 비워라! 욕망에 집착하는 관문(關門)을 열어젖히고 높은 이상의 피안(彼岸)으로 가라! 말은 짧으나 여운은 길게 남는 가르침이다. 시(詩)로 하는 훈계는 지금 읽어도 따뜻하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조선일보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