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勿閑
골을 따라 흐르는물 같은 것들이라
함부로 발길을 막아서지 못한다
재를 따라 불어 오는 바람 같은 것들이라
감히 옷자락을 붙잡지 못한다
물이나 바람을 물려받아서
어디 한 군데 걸리는 곳이 없으니
저 물한勿閑이 내 生의 전부였을 것이다
무덤 속에서 찾아낸 사상에 전염된
저 계곡이 위태롭다
철 지난 뒤에 찾아온 이념에 물들은
저 계곡이 맹목적이다
겨울 물한계곡에서 삶의 경계도,
죽음의 경지도 없는 바람과 물이 만났으니
꽃은 비탈 아래 숨어 눈꽃을 피우고
나무는 능선 옆에 비켜서면서 얼음나무로 섰다
내가 넘어서야 할 물 같은 산맥이 있다
내가 뚫고 나가야 할 바람 같은비극이 있다
물을 밟고 바람을 이고
돌아올 기약도 없이 홀로 가야 하는
계곡이 있어서 물한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
황금
황금을 지니고 있다는사실을 잠시 잊었다
머리 위의 하늘은 푸르고
발 밑의 땅은 부드럽고
은행나무에 새가 앉아 있고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붉은 열매는 아직 매달려 있고
노란 꽃은 여태 피어 있어
이 모든 것이 어찌 값비싼 생금이 아니겠는가
궤 속에 넣고 자물쇠 채운 몇 푼의 금붙이보다
이 놀랍게 반짝이는 풍경이 황금일 것이다
그 빛이 평생 변하지 않아
품에 넣어 오래 간직하고 싶은
당신과 나를 닮은 들판의 풀도 돌도 황금이다
새벽 바닷가에서
둥실 떠오른는 해도
늦은 밤 산길을 환히 비추는 달도
내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금이다
이 모든 것을 내가 가지고 있어 넉넉하니
배가 부르다
같이 먹고 살자고
구석구석 다 나눠 줄만 하다
/김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