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불명
값 비싼 우표를 붙여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지만
받아주는 곳이 전혀 없어 붉은 낙인 찍혀 되돌아온
살갗이 문패 아래 수북하게 쌓여있다
내가 바람이었다고 눈비 섞어내리는 문 밖을 한결같이 나서는데
붙잡을 힘도 없는 어머니는 마냥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추풍의 낙엽처럼 흩어져버린 아버지를 주워 읽는다
저 퇴색한 잎 하나에 하루만큼의 기억이 담겨 있어
아버지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만주로 시베리아로 돌아다녔으니
낡고 병 들은 몸이 곧 소멸하리라
어디 홀로 멀리 가버려 행방불명으로 신고하기 전에
불 질러버리겠다고
한 곳에 가득 쓸어 모아 놓는다
매캐한 냄새가 퍼져 나가며 아버지가 활활 타오른다
눈 앞을 가리는 이 지독한 연기 같은 生이 수취인불명 아니었을까
어제 흘린 눈물이 바닥에 가득 고여 있어
아버지를 이리저리 뒤척거리고 있다
/김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