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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뛰어 가던 바다는 / 이해인

아이를 달래는 엄마처럼
가슴이 열린 바다

그는
가진 게 많아도
뽐내지 않는다


줄 게 많아도
우쭐대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
바다에 내려 놓고
탁 트인 마음 들고 온다


가득 찬 욕심
바다에 벗어 놓고
빈 마음 들고 온다

숨은 보물을 찾듯
모래밭에 묻힌
조개껍질들을 줍는다


파도에 씻긴
조그맣고 단단한 그 얼굴들은
바다가 낳은 아이들

태어날 적부터
섬세한 빛깔의
무늬 고운 옷을 입고 있다


하얀 모래밭에
모래알 웃음을
쏟아 내고 있다

저녁 바다에서
내가 바치는 바다빛 기도는
속으로 가만히
당신을 부르는 것


바람 속에
조용히 웃어 보는 것


바다를 떠나서도
바다처럼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


바다는 온 몸으로
시를 읊는 나의 선생님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어느 날은 거칠게
어느 날은 부드럽게


가끔은 내가 알아듣지 못해도
멈추지 않고 시를 읊는
푸른 목소리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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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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