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2

글 두레 2010. 6.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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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2

+ 나무

긴 한평생

입 한 번 뻥긋 않는다

바람의 보드라운 애무에도

잠잠하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낮게 신음 소리를 낼 뿐

재잘재잘 불평하지 않는다

잎새들마다 귀를 쫑긋 세워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제 몸에 담는다 나무여!

 

 

+ 나무

발이 없어

그리운 님 지척에 두고서도

찾아가지도 못한다

실바람만 불어도

파란 귀들을 쫑긋 세워

연인의 안부를 궁금해할 뿐

한평생사랑한단 말 한마디

허투루 내뱉지 않는다

가슴속 차곡차곡 쌓이는

그리움이야세월 속에

쉬엄쉬엄 푹 익혀서

슬 푸른 연정(戀情)으로

토하는 저 견고한 붙박이

고독한 사랑의 전사(戰士)여

 

+ 은행나무

어제는 밝은 햇살 아래

무심한 듯 졸린 듯

잔잔하던 저 푸른 잎새들

오늘은 보슬보슬 봄비 속에

온몸 살랑대고 있네

춤추고 있네

겨우내 참았던 그리움이

꽃비 맞아 불현듯 잠 깨었을까

마음속 가득 짙푸른

그리움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 동안의 안부를 묻는 듯

짧은 팔 한껏 뻗어

서로에게 가까이 가려고

안달이 난지척인 듯

머나먼 듯 마주보고

서 있는두 그루 은행나무

 

+ 나무의 생애

비바람 드센 날이면

온몸 치떨면서도

나지막이 작은 신음소리뿐

생의 아픔과 시련이야

남몰래 제 몸 속에나이테로새기며

칠흑어둠 속이나 희뿌연 가로등 아래에서도

고요히 잠자는 나무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목숨의 중심처럼 지키면 그뿐

세상에 반듯한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하고서도

햇살과 바람과 이슬의 하늘

은총 철석같이 믿어

수많은 푸른 잎새들의자식을 펑펑 낳는다

제 몸은

비쩍 마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기른 것들과

늦가을 찬바람에

생이별하면서도

새 생명의 봄을 기약한다

나무는 제가

한세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알기나 할까

 

+ 나목(裸木)

봄, 여름, 가을

잎새들 무성한 찬란한 세 계절에는

스치는 바람에도 뒤척이며

몸살을 앓더니

겨울의 문턱에서

그리도 빛나던 잎새들 털어 내고서는

생명의 기둥으로 우뚝 서 있는

떨칠 것 미련 없이 떨치고

이제 생명의 본질만 남아

칼바람에도 미동(微動) 없이

의연한 모습의

오! 너의 거룩한 생애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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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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