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호(文豪)인 송강 정철(1536~1593)의 아들 정홍명이 동해 바닷가에 머물 때 비를 맞으며 성곽에 올랐다. 바다에는 고래가 떼로 몰려와 솟구쳤고 어선이 다가가 총을 쏘며 잡으려 했다. 성곽 위에서 그 장면을 내내 지켜보던 그는 시를 지어 호쾌한 기분과 벅찬 감동을 힘차게 드러냈다. 운 좋게 본 장면에 몸도 마음도 바다와 고래의 기운을 받은 듯 허리에서 검을 뽑아 고래를 회 치고 싶다는 호기가 불끈 솟구쳤다. 누군들 그러지 않으랴! 거대하고 역동적인 고래의 군무(群舞)를 구경한다면 흉금이 툭 터질 것만 같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 한문학/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