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어머니 ..
가끔씩 머리카락이 섞인
도시락밥을 먹는 중학생이 있었다.
게다가 심심찮게 모래까지 깨물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학생은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다소곳이 그것을 가려내고
모래가 씹히면 조용히 그것을 뱉어낼 뿐이었다.
어떤 때는
머리카락과 돌을
그냥 넘겨 삼키는 바람에 한동 안 목이 메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실의 다른 아이들은 그 학생을
안쓰럽게 여기면서 위생이 철저하지 못한
학생의 어머니를 비난했다.
어쩌면
계모일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교실에는
그 학생과 매우 다정하게 지내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하지만
친구도 그 학생의 집을 몰랐다.
그 학생은
친구에게 한 번도 자기 집을 구경시켜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해심이 많은 친구는
아마도 가난해 서 그럴 거야 하고 구태여 조르지 않았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두 친구가 헤어져야 할 상황이 되자
그 학생은 친구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는
이제야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면서 학생의 뒤를 따라갔다.
언덕길을 한참 오르자
벽 이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금이 간 허술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은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 친구와 함께 왔어요!〃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어두운 방안에서
그의 어머니가 더듬거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네 얘기 참 많이 들었다. 정말 고맙구나!〃
학생의 어머니는
앞을 못 보는 맹인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