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0.110810 한반도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기 에 긁적거려 본다.
내 평생에 이루 어질 수 없을 북녘 땅 밟아보기, 더 곧이 말하면 고 향 땅 흙을 만져보려는 남다른 마음이 절여서 이렇게 생각 되는지 는 몰라도, 내 몹시 꼬인 마음이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 반도와 그 부속 도서 로 한다.'
이 헌법규정이 건국 이래 한 번도 바뀐 적이 없고 경과규정에 시행 일자를 따로 두지도 않았건만, 대한민국의 영토는 오로지 한 반도 남쪽의 반 토막에만 색칠되어 그려지기 예사니 나머지 반 토막 북 녘은 중국 땅인지 러시아 영토인지, 코흘리개로부터 백발의 노인 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지도의 남북 색깔의 다름에 시비하는 이 가 없다. 아예 북쪽 반쪽의 실효적 지배집단을 명실상부하게 인정 하여 우리스스로 포기했는지 모를 일이다.
많은 관광지도와 매체의 지면이나 영상에 드러나는 우리의 영토가 자주 한반도의 남쪽 반토막만 그려지다 보니 제주도 보다 큰 섬 으로 보일 것 같아서 마지못해 해안선 두 개를 이어서 아세아대륙 에다 붙여 놓은 듯, 그네 발판을 두 줄 끈으로 달아서 어딘가에 매달아 놓은 것처럼, 지극히 어색한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마다 가 슴이 조인다. TV일기예보 그림에도 거의 다 남쪽 땅만 그려놓고 만다.
60년을 오로지 꿈길에서만 해매는 나 같은 사람은 눈요기도 할 수 없는, 영영 남의 나라 땅이 되어버렸다.
다행이 위성에서 보내온 구름사진으로나마 이 아쉬움을 달래는 나. 남몰래 포효(咆哮)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인쇄용 잉크와 종이가 아까운지, 아니면 남북의 색을 같게 칠함으 로써 우리 대한민국이 독립국가로서의 존재가 시각적으로라도 훼 손이 된다고 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국가 3요소의 하나 인 영토의 일부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는 것, 숨길 수 없다.
허긴 유엔에 남북이 따로 가입되어 있으니 다른 나라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우리는 하나일 수밖에 없는, 남북의 이질적 요소를 극복 해야하는 한 민족이다. 이 당위성을 인정하여야하고 겨레는 이를 염원한다. 그렇게 보아서 또 억울하다.
그러므로 확연하게 구획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나라의 위상이 흐려 진다고 생각해서라면, 한 반도 외곽선은물론 색도 같은 색으로 반 드시 함께 선명하게 그려 채색해 넣음으로써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 배가 불가능한 영토의 일부로써 남아 있는, 북쪽임을 누구나 인식 하도록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지도는 마치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서로 쫓고 쫓기다가 잡 힐 것 같은 아이가 제 주위에 동그라미를 재빨리 그려 놓고, ‘여기 들어오면 도둑놈!!’ 하고 외쳐대(선언 하)는 것과 같아 보여서 안 쓰럽다. 그러면서 북녘 땅이 우리 한 반도의 일부인 대한민국의 영 토라고 하면 우리가 북쪽 사람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쪽 지 배를 받는 것처럼 될 것 같아서, 움츠려서 그린 것 같은 안타까움 도 배 나온다.
내 것이다. 내 것이다. 하고 외치고 끊임없이 뇌어도 내 것이 될까 말까한, 세력권의 자장(磁場)에서 자력(磁力)을 약화시킨다면 종 국에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데, 어쩌자고 세대를 달리 하는 모든 이가 그냥 안주하면서 남의 나라 땅으로 기정사실화하 는지 답답하다. 분명히 중국 땅도 아니고 러시아 땅도 아닌 데 말 이다.
비록 고향땅을 밟아 볼 수는 없을지라도 눈길이라도 고향에 붙여 보고 싶건만 그마져 안 되는 현실에서, 인터넷 ‘구글지도’에 들어 가 위성타고 고향의 산하를 눈에 담아 오는 수밖에 없으니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된다.
몰아쉬는 한숨에 호랑이인지 토끼인지, 반도의 그림마저 뿌옇게 어린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