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다로의 연인들

글 두레 2011. 9. 25.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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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다로의 연인들

이탈리아 만토바 지역 인근의 발다로(Valdaro) 마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포옹한 자세로 죽은 6000년 전 남녀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두 사람의 나이는 18~20세 전후로 조사되었다. 이 유골에는 어느덧 '발다로의 연인들(Lovers of Valdaro)'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신석기 시대에 두 청춘남녀가 왜 그렇게 부둥켜안고 죽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겠으나, 그 애잔한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마침 만토바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다. 칼부림으로 사람을 죽이고 피신해 있던 로미오가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청춘남녀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 이야기는 아 마도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피라모스와 티스베'도 그 중 하나이다. 옛날 시리아에 피라모스라는 잘생긴 총각과 티스베라는 어여쁜 처녀가 이웃하여 살고 있었다. 사이가 안 좋은 양가 부모들이 이들의 만남을 반대하는 바람에 두 연인은 늘 벽에 뚫린 틈새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의 밀어만 나눌 뿐이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저녁에 남몰래 왕릉의 뽕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티스베가 약속 장소로 가던 중 뜻하지 않게 사자를 만나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는데, 자신도 모르게 너울을 떨어뜨리고 만다. 사자는 짐승 피가 묻은 입으로 이 너울을 갈기갈기 찢고는 사라져버렸다. 뒤늦게 약속 장소로 가던 피라모스가 피 묻은 너울을 보고는 사랑하는 연인이 사자에게 잡아먹힌 줄 알고 칼을 빼어 옆구리를 찔러 자결한다. 동굴에 숨어 있던 티스베가 떨면서 돌아와 보니 사랑하는 연인이 죽어 있지 않은가. 티스베 역시 비통한 심정에 연인의 뒤를 따라 자결하고 말았다. 그녀는 죽기 전 두 사람의 시신을 한 곳에 묻어주고 자신들의 죽음을 지켜본 나무의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으로 물들여 달라고 기도했다. 티스베의 기도를 들은 신들은 이때부터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검붉은 핏빛 색깔로 익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본'에 해당하는 이 이야기는 로마 시대의 작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나온다. 이 고대 시리아의 전설은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인류 초기의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수많은 선사시대 연인들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살았으리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후예로 애정이 넘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발다로의 연인들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박물관 안에 둘만이 오붓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경철:서울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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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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