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남녀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 이야기는 아 마도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피라모스와 티스베'도 그 중 하나이다. 옛날 시리아에 피라모스라는 잘생긴 총각과 티스베라는 어여쁜 처녀가 이웃하여 살고 있었다. 사이가 안 좋은 양가 부모들이 이들의 만남을 반대하는 바람에 두 연인은 늘 벽에 뚫린 틈새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의 밀어만 나눌 뿐이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저녁에 남몰래 왕릉의 뽕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티스베가 약속 장소로 가던 중 뜻하지 않게 사자를 만나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는데, 자신도 모르게 너울을 떨어뜨리고 만다. 사자는 짐승 피가 묻은 입으로 이 너울을 갈기갈기 찢고는 사라져버렸다. 뒤늦게 약속 장소로 가던 피라모스가 피 묻은 너울을 보고는 사랑하는 연인이 사자에게 잡아먹힌 줄 알고 칼을 빼어 옆구리를 찔러 자결한다. 동굴에 숨어 있던 티스베가 떨면서 돌아와 보니 사랑하는 연인이 죽어 있지 않은가. 티스베 역시 비통한 심정에 연인의 뒤를 따라 자결하고 말았다. 그녀는 죽기 전 두 사람의 시신을 한 곳에 묻어주고 자신들의 죽음을 지켜본 나무의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으로 물들여 달라고 기도했다. 티스베의 기도를 들은 신들은 이때부터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검붉은 핏빛 색깔로 익도록 만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