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구맹(酒美狗猛)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술 맛이 훌륭했다. 그런데 맛이 시어 꼬부라질 만큼 많이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 연유를 몰라 이장(里長)을 찾아가 물었다. 이장이 말했다. "자네 집 술 맛이야 훌륭하지. 하지만 자네 집 개가 너무 사나워서 말이지."
제환공(齊桓公)이 관중(管仲)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걱정거리가 있는가?" "사당의 쥐 때문에 걱정입니다. 쥐란 놈이 사당에 구멍을 뚫었는데, 연기를 피우자니 불이 날까 겁나 어쩌지를 못합니다."
위령공(衛靈公)이 옹저(癰疽)와 미자하(彌子瑕)를 등용했다. 두 사람이 권력을 전단해서 임금을 가렸다. 복도정(復塗偵)이 임금에게 나아가 말했다. "꿈에 임금을 뵈었습니다." "무얼 보았더냐?" "꿈에 조군(竈君), 즉 부뚜막 신을 보았습니다." "조군을 보고서 어째 나를 봤다는 게야?" "앞사람이 불을 쬐면 뒷사람은 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 임금 곁에서 불 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금을 뵈었다고 했습니다." 신흠(申欽·1566~1628)의 '거폐편(去蔽篇)'에 나오는 얘기다.
술이 안 팔린 것은 맛 때문이 아니라 사나운 개 탓이었다. 설쳐대는 쥐를 잡아야겠는데 사당을 태울까 봐 조심스럽다. 곁불 쬐는 자가 앞자리를 가려 막으면 뒷사람은 추워도 방법이 없다.
신흠의 말이 이어진다. "겨를 뿌려 눈에 잡티가 들어가면 천지의 위치가 뒤바뀐다. 손가락 하나로 눈을 가리면 태산도 안 보인다. 왜 그런가? 천지와 태산은 멀리 있고, 겨와 손가락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 곁에도 겨와 손가락이 있다. 안으로 측근과 총애 받는 자와 밖으로 중요한 인물이나 권력을 쥔 신하가 이들이다. 저들이 그 임금을 미혹게 함은 반드시 먼저 헤아리고 재빠르게 입을 막는 데 있다. 임금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아 드러나지 않게 속마음을 숨기고 영합한다. 틈을 막고 단서를 감춰 던져보아 시험한다. 이때 임금을 위해 잡티와 손가락을 없애려 하는 자가 어찌 없었겠는가? 하지만 이들 여러 임금은 어둡고 가려진 것에 익숙해져서 차라리 천지와 태산을 안 보고 말지 그 겨와 손가락을 하루아침에 없애려 들지 않는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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