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흠(申欽·1566~1628)의 '치란편(治亂篇)'은 이렇게 시작한다. "장차 어지러워지려는 것을 다스리기는 어렵고, 이미 어지러워진 것을 다스리기는 쉽다.(治將亂難, 治已亂易.) 장차 어지러워지려 하면 위는 제멋대로 교만하여 경계할 줄 모르고, 아래는 아첨하여 붙좇느라 바로잡을 줄 모른다. 멋대로 흘러가고 휩쓸려 나아간다. 일에 앞서 말하면 요망한 얘기라 하고, 일에 닥쳐 얘기하면 헐뜯는 말이라 한다. 임금이 총애하는 신하에 대해 논하면 속여 기망한다고 배척하고, 감추고 싶은 것을 말하면 강직하다는 명성을 사려 한다며 밀쳐낸다."
그 결과는 이렇다. "가까이 친숙한 자에게 귀가 가려지고, 아첨하는 자에게 눈꺼풀이 쓰여서, 대궐의 섬돌 밖이 천리보다 멀고, 법도는 해이해지며, 벼슬아치는 손발이 안 맞아 나날이 지극히 어지러운 지경으로 빠져든다." 우리가 얼마 전까지 보아온 그대로다.
이미 어지러워진 뒤에는 어떻게 되나? "관청이 피폐해 잗달아지면 아전이 힘들고, 부역이 많아 괴로우면 백성이 탄식한다. 재물이 고갈되어 쪼들리자 도적이 일어나고, 정치가 어긋나 포학해지니 공경과 사대부가 원망한다." 이렇게 되면 원근이 모두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래서 신흠은 이미 어지러워진 것을 다스리기가 오히려 쉽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말한다. "국가는 큰 그릇이다. 다스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어지러움도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 조짐은 아침저녁 사이에 달려 있지만, 그 징험(徵驗)은 여러 해 뒤에 드러난다. 그 싹은 미미하지만 나중에는 온 세상을 뒤덮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스리는 법은 다섯 가지이니 이를 행함에 갑작스러움을 경계하고, 고침에 믿음성이 있어야 한다. 조정할 때는 방향이 있게 하고, 위엄을 보일 때는 두려워하게 해야 하며, 가라앉힐 때는 안심시켜 안정케 해야 한다. 위는 제멋대로 하지 않고, 아래는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다스림이 세워진다.(治法有五, 爲之戒遽也, 革之以孚也. 調之使祈嚮也, 威之使慴戢也, 謐之使綏定也. 上不病其擅也, 下不媢其專也. 如是則治立矣.)" 다시 어려워지는 일이 없도록 쉬운 데서 삼가고 살피는 것이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