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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 자전거
색 바랜 '무단폐기물' 이름표 목에 걸고
벽돌담 모퉁이서 늙어가는 자전거 하나
끝 모를 노숙의 시간 발 묶인 채 졸고
있다
뒤틀리고 찢긴 등판 빗물이 들이치고
거리 누빈 이력만큼 체인에 감긴 아픔
이따금 바람이 와서 금간 생을 되돌린
다
아무도 눈 주지 않는 길 아닌 길 위에서
금이 간 보도블록에 제 살을 밀어 넣을
때 산 번지 골목 어귀를 밝혀주는 애기
똥풀
먼지만 쌓여가는 녹슨 어깨 다독
이며 은륜의 바퀴살을 날개처럼 활짝
펼 듯 페달을 밟고 선 풀꽃, 직립의
깃을 턴다 /장은수
줄기 즙이 똑 '애기똥' 같은 애기똥풀 꽃이 핀다. '똥'을 붙여 더 예쁜 이름으로 이 풀꽃 이상이 있을까. 지상의 아기는 다 예쁘니 웃으며 부르게 된다. 그 애기똥풀이 노란 별모양 신록 길섶을 총총 밝힐 때면 앙증맞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 '애기똥풀'에 기댄 자전거로 봄의 페달을 돌린다. 그것도 '노숙의' '늙어가는 자전거'로! '이따금 바람이 와서 금 간 생을 되돌'리면 햇살이 따릉따릉 따르겠다. '골목 어귀를 밝혀주는 애기똥풀' 덕에 피우는 새로운 꽃짓이다. 그처럼 아기 울음 꽃도 고샅마다 피기를.//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