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에서
하늘을 위에 두고
바다를 곁에 두고
수도원의 마늘밭은
고요하다
가지런하다
마늘이 익어가는
엄마 같은 흙 속에 얼굴을 묻고
실컷 소리 내어 울고 싶을 때가 있네
슬프고 억울한 일 당해도
아무도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이를 위해
지금도 잠 못 들고 괴로워하는 이를 위해
작은 죄를 뉘우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위하여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을 때가 있네
아리디 아린 마늘 한 쪽 먹으며
실컷 울고 나면 행복할 거라고
바람에게 가만히 이야기하는데
시퍼렇게 날이 선 마늘 줄기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냉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