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스텝

시 두레 2016. 12. 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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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스텝

               골목을 휘젓고 간

               아이들 어지러운 발자국 끝에는

               눈사람이 둘

 

               막대기 입술 가려웠던 사람과

               돌멩이 눈이 침침했던 사람

 

               골목의 마지막 불이 꺼지자

               몸속에 숨겨둔 손과 발을 꺼내놓네

 

               잡은 손 녹는 줄도 모른 채

               아이들 발자국마다 발바닥을 맞추며

               겨울의 스텝을 밟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말이

               보아서는 볼 수 없는 시선이

               골목을 채우고 있네

 

               가로등 조명이 꺼지고 춤이 끝나자

               함박함박 박수가 쏟아지네 /길상호

 

   몰려다니며 놀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냉랭하고 싸늘한 기운이 돌고 도는 골목에는 눈사람 둘만 남았다. 막대기 입술을 가진 눈사람과 돌멩이 눈을 가진 눈사람. 집들이 소등을 하고 깊은 잠에 들자 눈사람들은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다. 둥글고 흰 몸 속에 넣어둔 손과 발을 꺼내 서로 맞잡고 또 눈길 위에 율동의 발자국을 찍으면서. 그리고 눈사람들의 흥겨운 춤 위로 박수 소리와도 같은 함박눈이 폭폭 쏟아져 내린다. 상상력은 이처럼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한다.

   '한랭전선이 자리를 잡은/ 우리들의 마을에서 무럭무럭/ 오늘도 자라는 건 얼음뿐'인 계절 속으로 우리는 들어가고 있다. 저 멀리서 눈덩이를 점점 더 크게 굴리며 골목을 내려오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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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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