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산모롱이 산새들도 쉬는 곳에
누군가 무던하게 터 잡아놓은 돌무지탑
완성이 뭐 대수냐며 사부랑사부랑 크고 있다
가슴 속 소원 담은 뜨거운 막돌 하나
어떤 이의 소원 위에 또 다시 얹어질 때
돌 틈새 지나던 바람도 가만히 귀 기울인다
이뤄도 자고 깨면 이룰 것만 쌓이는 삶
생김생김만큼이나 서로 다른 비나리들
지은 죄 뉘우치는 거면 도담도담 크겠다 /나순옥
하나 둘 얹은 바람으로 이루는 돌무지탑. 지나던 손들이 소망 담은 돌을 얹으며 모두의 탑이 된다. '후미진 산모롱이' 어디나 그곳의 민간신앙처럼 스며들어 지킨다. '서로 다른 비나리들'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맛이 더없이 구순하다. 잠시 숙여 빌고 간 손들이 겹칠수록 탑은 둥싯 높아지고 거룩해진다.
그런 탑들이 '사부랑사부랑 크고 있'건만 세상은 왜 점점 힘들까. 아니 힘들어서 탑이 더 많아지는 걸까. 그럼에도 '지은 죄 뉘우치는' 모습까지 담아 '도담도담 크'는 돌탑의 힘에라도 기대고 싶다. 뉘우침 모르는 소수가 다수를 아프게 하는 판은 좀 끝내도록. 우리 안의 '뜨거운 막돌 하나'씩 더 얹으며 가건만 세밑 길은 아직 어둑하다.// 정수자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