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마른다

시 두레 2016. 11. 9. 05:54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나도 마른다

 

붉은 고추 널어놓은

옆집 한옥 마당에

나도 누워 뒹굴면

온몸 배어나는 설움 마를까

 

그러려무나

물기 완전 날아가고

빈 젖 같은

마른 씨 안고 있는 화형 직전의 고추같이

바다를 제 몸 안으로 거둬들였음에도

바짝 마른 멸치같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신달자

 

 

붉은 고추가 한옥 마당에서 마르고 있다. 아마도 '앞니만 한 뜰'에서였을 것이다. 물기가 다 날아가서 없어지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처럼 가을이 마르고 있다. 가을 햇살에 하나의 풍경도 마르고 있다. 우리 모두도 마른다. 수척해진다. 구르는 낙엽처럼 종일 뒤척인다. 형체가 왜소해진다. 비워진다. 그리하여 무념(無念)에 이르러도 좋을 일이다.

 

신달자 시인은 시 '계동 가을'에서 '구절초// 한 잎 같은// 방에 누워// 그 꽃잎만 한 이불로// 11도의 서늘함을 가리고// 그 꽃잎 하나 같은// 내일을 생각하다'라고 썼다. 가을에는 실로 우리도 구절초 한 잎 같다. 한 잎처럼 작아져 한 가닥 바람에 홀로 흔들린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의 연가  (0) 2016.11.11
나를 키우는 말  (0) 2016.11.10
나의 하늘은  (0) 2016.11.07
物情(물정)세상 물정  (0) 2016.11.06
시큰한 안녕  (0) 2016.11.05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