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來拍手謝天公 (조래박수사천공)
아침 되어 손뼉 치고 하느님께 감사하며
萬斛閒愁一笑空 (만곡한수일소공)
만 섬의 괜한 시름 한바탕 웃고 털어버리자
死苦蘄生應自悔 (사고기생응자회)
죽을 때는 살고 싶어 발버둥 쳐도 나중에는 틀림없이 후회할 테고
事皆如願豈爲窮 (사개여원기위궁)
하는 일마다 소원대로 풀린다면 궁지에 내몰릴 자 있을까?
鶴到可嘆梅落後 (학도가탄매락후)
학이 날아왔건만 매화 떨어진 뒤라서 한탄스럽고
驢亡偏惜雪來中 (여망편석설래중)
나귀를 잃고 난 뒤 눈이 막 오니 아깝기 한량없네.
何妨百代東韓史 (하방백대동한사)
아무렴 어떠랴! 아득한 동방의 역사에서
不記冠山有此翁 (불기관산유차옹)
관악산 밑에 살던 이 늙은이를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해도.
영조 때 숱한 정치적 파란을 겪은 관양(冠陽) 이광덕(李匡德·1690~1748)이 밤새 세상 걱정하다가 선잠을 깼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니 모든 걱정 툴툴 털어버리자.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사람, 그런 인생 어디에도 없다. 요사이 나는 되는 일 하나 없어 탄식할 일, 아까운 일투성이다. 하지만 세상 물정이 원래 그러니 다 괜찮다. 관악산 밑에 살던 제법 훌륭한 이 인간을 이 세상이, 이 역사가 영영 잊어도 좋다. 나는 괜찮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