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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큰한 안녕
어릴 적 까치에게 헌 이 주고 얻은 새 이
삼시 세 끼 울력했지, 절구처럼 맷돌처럼
뼈 없는 맹물이라도
곱씹어서 바쳤지.
뿌리째 뽑힌 네가 은쟁반에 모로 누워
물끄러미 바라보니 코허리가 시큰하다
떠나는 네게 할 말이
안녕! 이뿐이라니…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 물러난 그 자리에
내로라하는 후보 중 임플란트 앉혀본다
숫보기 신병어금니
안녕? 잘 해보자구 /최오균(1944~ )
헌 이는 왜 까치에게 줄까. 지붕에 던져둔 이의 행방이 늘 궁금했다. 새 이가 나면 가맣게 잊고 혀끝으로 새것만 간질였다. 그렇게 들인 성치(成齒)는 평생 함께할 반려 이상의 반려. 하지만 귀하던 영구치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으로 빼게 된다. 옥구슬 모양 은쟁반에 누워 있어도 곧 버려질 운명에 안녕이나 시큰하게 뇌어줄 뿐.
발치는 예나 지금이나 무섭고 싫다. 그렇지만 '이 없으면 잇몸으로'도 옛말, 노후가 길어 거개가 임플란트로 보수하며 산다. '숫보기 신병어금니'와 친해야 조금이나마 편해지니 모쪼록 서로 잘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순망치한(脣亡齒寒) 같은 조락(凋落)의 뒤끝이 긴 탓인지, 도처가 시큰시큰 대책 없이 허탈하다.//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