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

시 두레 2016. 10. 2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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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

              바람 든 무릎 위에 지나간 시간을 뉘고

              떨리는 손을 달래 가위를 드는 저녁

              청바지 해진 허벅지 너도 뼈가 허옇다

 

              돋보기 고쳐 쓰고 서걱서걱 잘라낸 뒤

              팽팽히 당겨보지만 어긋나는 무릎과 무릎

              창밖에 버려두었던 별빛 한 첩 덧댄다 /최재남

시월은 문화 이름표 단 축제며 행사가 넘친다. 하늘과 바람과 곡식과 과일 모두가 한껏 좋은 상달인 때문이겠다. 그 덕에 '행사 과로사'라는 신조어 엄살이 터질 만큼 분주하다. 조금만 찾아다녀도 지칠 즈음 '해진 허벅지'에 확 꽂힌다. 옷 임자도 무슨 일로든지 꽤 고되게 다녔나 보다.

수선 가위 앞에 놓고 '너도 뼈가 허옇다'고 해진 바지를 쓸어주는 저녁. 수선을 수시로 하던 시절의 등잔불 바느질 영상이 겹쳐온다. 수선집에 맡기기 전의 어머니들은 해지고 찢긴 아이들 옷을 늘 깁고 꿰매고 그랬다. 다친 무릎에 '아까징끼'를 발라주듯 찢어진 옷들도 말끔히 치료해주곤 했던 것이다.

덩달아 시린 무릎을 쓸어주는 시월 끝자락. 흑백사진 같은 수선의 시간들이 새삼 깊숙이 들어온다. 지친 마음의 수선 삼아 무슨 편지라도 써야겠다. '창밖에 버려두었던/ 별빛 한 첩'도 추신처럼 덧대.//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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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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