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떨어지는
망망한 바다 한복판
텔레파시 보내는가
은하 물이 출렁인다
내밀듯 끌어당기듯
볼 붉히는 달무리
단맛 쓴맛 씹어보다
검푸르게 날뛰다가
홀쭉하게 빈 가슴
봉긋이 부풀도록
열꽃도 울음주머니도
풀어놓고 가는 물 때
/김덕남
한가위 즈음이면 달빛이 달라진다. 우리 마음이 달의 눈빛까지 바꾸는지 모르지만 달빛이 한결 훤칠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해온 달은 바닷물과도 퍽 끈끈한 사이다. 여자의 상징으로 쓰여 온 것도 그런 연유겠다.
그믐달과 보름달 때 물이 가장 많이 들고 반달 때는 반대다. '사리'와 '조금'은 물이 많을 때와 적을 때를 이르는 어여쁜 우리말로 쌍으로 붙어 다니기 일쑤다. 그래서인지 '내밀듯 끌어당기듯 볼 붉히는 달무리' 같다. 그런데 '홀쭉하게 빈 가슴 봉긋이' 부풀리는 달빛 가락에 너무 끌렸던가, 그 아래서 농밀해질 어느 먼 처자의 앞섶이 봉긋이 스친다.
달이 휘영청 높아 이슬도 한층 맑은 밤. 정조가 수원도 화성의 채제공 집께로 '맑은 달 바퀴를 길이 매어 놓으리' 읊던 한가위 달을 당신께 길게 매어놓고 싶다. 방화수류정 앞섶이 덩달아 봉긋할라.//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