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月二十三日醉 6월 23일 취중에 今年已過半(금년이과반)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는데 歎歎欲何爲(탄탄욕하위) 한탄 한탄스럽군, 내 뭔 일을 하는 것인지? 古俗其難見(고속기난견) 옛적 풍속은 정말 보기 힘들어져서 吾生迺可知(오생내가지) 우리 인생 어찌 사는지 얼추 알겠네. 物情饒伺察(물정요사찰) 지겹도록 남을 훔쳐보는 물정에 젖어 心事浪猜疑(심사낭시의) 마음은 쓸데없이 시기하고 의심하네. 內子還佳友(내자환가우) 아내만은 그래도 좋은 벗이라 賖醪快灌之(사료쾌관지) 외상술을 통쾌하게 잔에 따르네.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술을 마시고 썼다. 6월도 막바지라 올 한 해도 절반이 흘러갔다. 술을 몇 잔 마시자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한 해 동안 한 일을 돌아보면 한심스럽다. 요새 세상은 너나 할 것 없이 강퍅하게 살아가서 옛날 사는 모습과는 너무 달라졌다. 남들이 사는 것을 훔쳐보며 쓸데없이 시기하고 의심하느라 제멋대로 살지도 못하는 것이 지금 세상 우리 인생이다. 내 인생 내 마음대로 살아도 그 옛날 멋스러운 사람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만 남은 반년이다. 누가 뭐래도 아내만은 무조건 내 편이다. 불편한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외상술을 받아다가 잔에 콸콸 따르는 좋은 친구다. //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