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이상국
남쪽 들녘에서는 누렇게 익은 보리를 베고 모를 심는 일이 한창이다. 모내기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 했으니 이즈음 농가에는 일손이 턱없이 모자란다.
곧 유월이다. 시인은 유월을 산야에 숨어 사는 사람에 빗댄다. 숨어 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쓱 지나간다고 말한다. 유월은 포근하게 감싸 안기듯 오목한 새의 둥지 같고, 또 수선스럽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흰 구름은 하늘로 둥둥 떠가고 계곡의 물소리와 초여름 산의 푸른 산그늘은 마을로 내려온다. 다가오는 유월에는 '풀과 벌레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환한 물소리에 몸을 씻'고 싶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