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실비실 봄비가
저 혼자 찾아온다
오리길 마다 않고
아침부터 찾아온다
한 시간 가위질에도
아무 말을 안 한다
갑장인 오년 단골 속은
이미 간장게장
한눈에 알아버린
영감탱이 바람기
그 마음 만지작댈 뿐
허공만 잘라낸다
이심전심 이럴 땐
매운 거 같이 먹고
이욕저욕 남발하며
눈물 콧물 쏙 빼는 거
여자는 여자가 안다
오늘 난 심리치료사!
뜻은커녕 발음도 힘든 국적불명 이름들 넘치는 판에 '머리꾼'이라니! 우리말의 즐거운 다듬기다. 그 '머리꾼'은 '비실비실 봄비'처럼 '오리길 마다 않고' 찾아든 머리를 다듬고 있다. 짐짓 '허공만 잘라낸다'지만 머릿속까지 '만지작댈' 줄 아는 자칭 '심리치료사'. '갑장인 오년 단골 속은 이미 간장게장'이라니 문드러진 속사정쯤 훤히 알아도 모르는 척 '가위질'만 한다.
그래도 가라앉지 않는 속은 '이욕저욕 남발하며 눈물 콧물 쏙 빼는' '매운 거 같이' 먹기로 푼다. '여자는 여자가 안다'고! 여자라 다듬을 줄 아는 이심전심 마음길이 오늘따라 붉다. //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