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窓寂歷雨燈虛(춘창적력우등허) 창밖에는 적적한 비, 창안에는 환한 등불
五夜云誰叩弊廬(오야운수고폐려) 새벽녘에 그 누가 내 집 문을 두드릴까?
人自半千脩嶺外(인자반천수령외) 오백 리 고개 너머에서 사람이 찾아와
書傳一朔渴望餘(서전일삭갈망여) 한 달 내내 고대하던 편지를 전해주네.
高堂政體連平吉(고당정체연평길) 아버지는 관아 일에 줄곧 평안하시고
仲氏文帷善起居(중씨문유선기거) 작은 오빠 책방에서 잘 지낸다 적혀있네.
怊悵三冬違定省(초창삼동위정성) 서글퍼라 겨우내 뵙지를 못했으니
遠天回首意何如(원천회수의하여) 먼 하늘 바라보는 이 마음 어쩔거나!
영조 임금 시절의 시인 최성대(崔成大·1691~1762)의 누이동생이 썼다. 그녀 역시 시를 잘 지었다. 아버지 최수경(崔守慶)이 강원도 영월 원님으로 나갔고 오빠가 따라갔다. 누이는 서울 집에 머물러 겨울 내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봄비 내리는 적막한 새벽녘, 영월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반가운 마음에 부리나케 열어보니 아버지도 오빠도 잘 지낸다는 소식이 담겨 있다. 고대하던 소식을 받고서 창문 열고 영월 쪽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움이 한층 더 밀려온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