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내편은 없다
누가 그대의 친구인가?
누가 그대의 우군(友軍)인가
목이 떨어져도 생사를 같이할 만한
문경지우刎頸之友를 그대는 가졌는가?
그런 친구는 세상에 없다
내 몸을 세상에 내놓은 부모도
내 몸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내편이 아닐 수도 있다
친족 간에 소송이 걸리기도 하고
목숨까지 서로 엿보기도 하지 않던가?
고립무원孤立無援!
세상은 적들의 소굴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많은 세균들이
호시탐탐 우리의 육신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은밀히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랑하는 우군들이여!
이젠 그만 장전裝塡을 풀도록 하자!
/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