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까지 물이 차는
해변을 걷는다
이제
오해로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제
오해로 갈 수 있는
사람도 없으리라
나이 칠십은
오고가는 사람이
보이고
잔정 주듯이
발목까지 물이 차는
해변을 걷는다 /허충순
흰 모래사장이 펀펀하고 넓게 펼쳐지고 해안선이 활처럼 둥글게 휜 해변을 시인은 걸어갔을 것이다. 파도는 어떤 질문처럼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갔을 것이다. 그 바닷가를 걸으며, 발목까지 수위가 내려간 바닷가를 걸으며 시인은 세찬 해풍과 험한 물결처럼 그동안 마음속에 일었던 오해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연만한 지금 그 오해의 파고가 잔잔해져 한층 너그러워지게 된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