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를 지나며
멸종된 비둘기호의 화석은
어느 퇴적층에 멈춰 서 있을까
마지막 전철이 가래침처럼 튕겨 나가고
어딘가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심문지 위로 머리를 누이는 밤
누에처럼 꿈틀대는 홀몸들 사이
빈 소주병들이 뽕잎으로 뒹군다.
과속의 시대로 오는 어느 길목에서 저들은
붙잡고 있던 손을 놓쳐버린 것일까
백악기가 되풀이되는 이 도시엔
옥상을 오르는 풋 익은 종아리들이 있고
지하철 선로에 누워도 끝장내지 못한 채무가 있고
백골로 출토되는 허방의 고독사가 있다.
경제의 몸집에, 속도의 날개에, 정보의 두뇌로
거듭거듭 변이를 이뤄낸 공룡들이
주인인 요람에서
살모사로 깨일 금속의 알을 품고
하등의 인간들이 곤히 잠든 시간,
오지 않는 빙하기를 기다리다가
얇아져버린 인생을
몇 병의 술로 부풀려 온 한 사내가
보도블록 원고지에
흘림체의 시를 쓰는 새벽
안개 속에 깜박이는 점멸등은
어느 익룡翼龍의 부라린 눈알인가.
/유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