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비망록
그날 아찔한 수장을 지켜본 벼랑은
아스라이 품고 있다, 단단한 비애를
오직 목숨을 던질 사랑을 위하여
선홍의 물보라, 허공 벽에
온몸으로 쓴 초서의 기록들
어느 빛나던 왕조의 전설이 되었다
반짝-꽃몸을 뒤집어, 마지막 탄성 너머
수천 개의 물꽃으로 비어난 저 화홀…….
한 번도 무거운 적 없던 강바닥은
서슬 푸른 무게를 침묵으로 끌어안고
무심히 흐르는 강물, 온새미로
투명한 손으로 쓰고 있다, 천 년 기억,
낙하의 내력을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가장 슬프고도 찬란한 숨결로
/문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