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등에 떨어지는 그대의 저 함박눈 산 너머로부터 달려온 당신이 띄운 편지라는 걸 안다 맑고 따뜻한 눈물로 쓴 곱은 손가락 호~ 불며 써내려 간 흰 겨울편지 /박남준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주먹 눈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이가 여기 있다. 산 너머로부터 오는 함박눈을 사랑하는 사람이 띄운 편지라고 말하는 이가 여기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맑고 따뜻한 눈물로/ 쓴' 겨울 편지라니! 백지 위에 또박또박 써내려간 연서(戀書)요, 언 손을 불며 쓴 정결한 사랑의 편지이며, 눈발을 뚫고 와 손등에 막 떨어지는 첫 마음이라니 그 서신의 문장은 얼마나 간곡하고 아름다울 것인가. 박남준 시인은 시 '구름이 오래 머물 때'에서 '밤새/ 눈은, 흰 눈은 내리고/ 그 눈길을 따라/ 첫 발자욱을 새기며/ 당신께 편지를 전하러 갈 것이다라던/ 옛날이 있었다'라고 썼다. 사랑을 앓던 때의 그 순백하고 풋풋하고 설렛던 마음을 생각해본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