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더냐
별이더냐
감당 못할 반역이냐
끓어오르는 분노를
꼬깃꼬깃 감췄어도
아 그대 시퍼런 불씨 안고
몰아쉬는 함성이다
바람이냐
환청이냐
묵언으로 버틴 비명
넝마 같은 마음을
갈래갈래 찢었어도
천지는 지그시 참고 있는
아버지의 눈물이다 /최연근
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면 더 맵찬 곳을 생각한다. 북풍한설 속에 더 우뚝한, 아니 그것을 만들어 보낼 법한 고처(高處) 백두산. 그 위엄 앞에는 '민족의 영산(靈山)'이란 외경이 절로 터진다. 우리 가슴에 박힌 그 표현이야말로 백두산에 가장 마땅한 상징성이겠다
그런 백두산의 한겨울은 어떨까. '불'이든 '별'이든 '시퍼런 불씨' 같은 얼음들을 껴안은 채 어깻숨을 내쉬고 있을까. 희다 못해 시퍼런 얼음산이 '몰아쉬는 함성'은 더없이 장엄하리라. 그럼에도 백두산을 보면 뿌듯할 수만은 없는 뒷맛이 길다. 잠시만 올라 품어볼 뿐 '지금은 남의 땅'을 여전히 되작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지는 지그시 참고 있는/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대목에 오래 머문다. 우주의 침묵인 양 성스러운 하늘못. 지긋한 인내의 눈물이 쏟아져 내려 북에서 남으로 푸른 길을 우렁우렁 열어젖히길.//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