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면 갈 수 있고
오자면 올 수 있겠지요.
달 아래 자두나무,
옛날의 눈을 가진 나무 맹인
달 아래 자두나무,
제 그림자를 파는 나무 상인
당신이 달 아래 자두나무인가요?
달 아래를 걷는 당신,
눈꺼풀 없는 눈으로 보는 목인(木人)인가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고. /장석주
측행(仄行)은 비뚜로 걷는 것을 말한다. 혹은 한 다리로 지탱하고 다른 다리를 옆으로 벌려 중심을 옆으로 옮긴 형세이니 자두나무의 겉모양을 그렇게 말한 것이리라. 달 아래에서 자두나무가 기울어진 채 걷는다고 생각해보니 자두나무는 곧 우리의 외형에 다름 아닌 것 같다.
그런 자두나무가, 우리가 미지(未知)의 시공간 위에 홀로 서 있다. 흰빛이면서 동시에 캄캄한 어둠(그림자)인 채로 서 있다. 사랑에 빠질 수도, 이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딘가에서 왔고 또 어딘가로 갈 것이다. 옛날과 미래가 혼재해 있다. 그러나 모호한 것이 자두나무의 속성은 아니다. 자두나무는 어떤 가능성에도 활짝 열려 있다. 시인은 "자두나무의 맥동(脈動)을 들어라"라고 말한다. 생명의 맥박이 뛰는 우리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