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혼에 불을 놓아
언제쯤 당신 앞에
꽃으로 피겠습니까.
불고 싶은 대로 부시는 노을빛 바람이여,
봉오리로 맺혀 있던
갑갑한 이 아픔이 소리 없이 터지도록
그 타는 눈길과 숨결을 주십시오.
기다림에 초조한 내 비밀스런
가슴을 열어놓고 싶습니다.
나의 가느다란 꽃술의
가느다란 슬픔을 이해하는
은총의 바람이여,
당신 앞에 "네"라고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는 언제나
떨리는 3월입니다.
고요히 내 혼에 불을 놓아
꽃으로 피워 내는
뜨거운 바람이여.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