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란도란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1903~1950)
이 시는 우리들 마음의 어딘가에 강물이 그득 퍼져 흐른다고 말한다. 한 번도 마르지 않고, 또 낮밤으로 쉼이 없이 강물이 흐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강물은 어떤 상태에 있는가. 아침의 햇살이 떠오르면서 강물의 물결을 비춰 물결이 위로 조금 도드라진 상태, 드높아진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매끄럽고 자르르하게 윤기가 흐르는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생기가 돌고, 맑고 반짝반짝 빛나고, 위를 향해 약간 높아진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 강물이 가슴에, 눈에, 핏줄에 흐른다고 말한다.
이 시를 읽으면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의 상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광채가 찬란한 생명의 강물이 우리 모두에게 흐르고 있음에 감격하게 된다. 이 시는 1935년에 간행된 '영랑시집'에 첫 번째로 실렸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