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때 석성금(石成金)이'전가보(傳家寶)'에서 말했다."지금 사람들은 뜻에 통쾌한 말을 하고, 마음에 시원한 일을 하느라 온통 정신을 다 쏟아붓는다. 정을 있는 대로 다하여 조금도 남겨두지 않고, 터럭만큼도 남에게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성에 차야만 하고 자기 뜻대로 되어야만 한다. 옛사람은 말했다. 말은 다해야 맛이 아니고, 일은 끝장을 봐서는 안 되며, 봉창에 가득한 바람을 편 가르지 말고, 언제나 몸 돌릴 여지는 남겨 두어야 한다. 활을 너무 당기면 부러지고(弓太滿則折), 달도 가득 차면 기운다. 새겨둘 일이다."(今人說快意話, 做快意事, 都用盡心機. 做到十分盡情, 一些不留余地, 一毫不肯讓人. 方才燥脾, 方才如意. 昔人云, 話不可說盡, 事不可做盡, 莫撦滿篷風, 常留轉身地, 弓太滿則折, 月太滿則虧. 可悟也.)
오가는 말을 보면 그 시대의 품격이 보인다.요즘 언어는 너무 강파르다. 날을 세워 독랄하다. 저마다 자기 말만 옳고 남이 틀렸다고 한다. 귀는 틀어막고 소리만 질러댄다. 대화는 없고 고성만 오간다. 경청(傾聽), 즉 귀 기울여 듣는 태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하나 마나 한 말이고, 들으나 마나 한 얘기다. 그러면서도 말이 안 통해 답답하다는 얘기는 빼먹지 않는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여서 중간이 없다. 그는 또 말한다. "사람 사는 세상의 온갖 경우가 어찌 일정하겠는가? 한 걸음 앞서 생각하면 끝날 때가 없고,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절로 남는 즐거움이 있다."(人世間境遇何常? 進一步想, 終無盡時, 退一步想, 自有餘樂.) 남은 무조건 틀렸고 나만 반드시 옳다는 태도로는 세상에 풀릴 문제가 없다.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는 이해는 없고 오해만 깊어진다. 신뢰가 애초에 없고 보니 뭘 해도 불신만 가중된다.
청나라 때 주석수(朱錫綬)가'유몽속영(幽夢續影)'에서 말했다."기분 내키는 대로 얘기해도 말은 한마디 더 적게 하라. 발길 따라 걷되 길은 한 걸음 양보하라. 붓 가는 대로 써도 글은 한 번 더 점검하라."(任氣語少一句, 任足路讓一步, 任筆文檢一番.) 머금는 뜻이 조금도 없이 배설하듯 쏟아내는 언어의 폭력 앞에 코를 막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