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의 '선동자영(選動自詠)'이란 시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늙고 낮음 탄식하여 다투어 내달려서, 남 밀쳐내 곧바로 위태롭게 만들고자, 터럭 불어 흠집 찾아 서로서로 헐뜯으며, 몸을 숨겨 모략하니 더욱 가소롭구나(嘆老嗟卑競馳逐, 排�直欲令人危. 吹毛求疵或相�, 匿影射人尤可嗤)."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함길도로 순행을 나선 김어사(金御史)를 전송한 시의 끝 두 구절에서 "뒤엉킨 일 풀어낼 솜씨 있음 내 알 거니, 어지러이 취모(吹毛)함을 일삼을 필요 없네(盤錯恢恢知有手, 紛�不必事吹毛)"라고 했다.
1456년 쿠데타 성공 이듬해 반대 세력을 역모로 몰아 일망타진하려고 조정에서 이계전(李季甸) 등의 처벌을 청했을 때 세조는 "이계전은 원훈(元勳)으로 마음이 충직하다. 죄의 정상이 드러났다면 죄 주는 것이 옳으나,정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취모구자(吹毛求疵)한다면, 대체(大體)에 손상이 있으리라"하며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세 글에 모두 취모구자(吹毛求疵)란 말이 나온다. 짐승의 몸에 난 사소한 흠은 털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입으로 불어 헤치면 안 보이던 흠집이 드러난다. 취모구자는 남의 잘 보이지 않는 허물까지 각박하게 캐내 비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비자' 대체(大體) 편에서 "터럭을 불어서 작은 흠집을 찾지 않고, 알기 어려운 것을 때를 씻어내면서까지 살피지 않는다(不吹毛而求小疵, 不洗垢而察難知)"라 한 데서 나왔다.
송강 정철의 시조 한 수. "어화 동량재(棟樑材)를 저리하여 어이할꼬. 헐뜯어 기운 집에 의논도 하도 할사. 뭇지위 고자자 들고 헵뜨다가 말려는가." 동량의 재목을 어렵게 구해 기울어 위태로운 집을 바로 세우려 한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해야 할 목수들이 일할 생각은 않고 먹통과 자를 들고 이러쿵저러쿵 말만 많으니 장차 이 일을 어찌하느냐는 탄식이다. 인사청문회가 직임의 역량 검증은 뒷전이고 흠집 찾아 망신주기로 된 지 오래다. 자신들도 예외일 수 없는 작은 흠까지 다 꺼내 잠깐만에 파렴치범, 인격 파탄자로 만들어 버린다. 흠잡자고 부는데 안 걸릴 사람이 없다. 피로도가 심하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