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斷想
국도 어디서나
어여쁜 꽃들을 보네
월남전 한창이던
우리들의 열여섯
왼 종일 해바라기하던
계집애들 얼굴 같은
흙먼지 풀풀 날리는
삼십 리 길 걷고 걸어
미합중국 대통령
기다리고 기다렸네
꽃들은 어디로 갔는지
병사들은 그 애들은 /윤원영
'국도 어디서나' 만나는 '어여쁜 꽃들'은 언제나 즐거움이자 큰 위안이다. 시절이야 어떻든 제 소임을 다하듯 피고 지는 꽃을 보면 겹치는 젊음들이 있다. 그렇게 이름도 피워보지 못한 채 떠난 이 땅의 '병사들'을 돌아보는 때. 그런 어느 녘에는 '왼종일 해바라기'나 하던 '계집애들'도 있었던가.
'흙먼지 풀풀 날리는 /삼십 리 길 걷고 걸어'가던 시절 '미합중국 대통령' 방문은 대단한 뉴스였다. 게다가 그 방문이 1966년 수원의 인근 지역이니 인파가 구름처럼 몰린 것은 당연했겠다. 그런데 단발머리 소녀에겐 '기다리고 기다렸네'의 기억만 '삼십 리 길'처럼 길게 각인되어 있다. '월남전 한창이던' 때니 먼 나라의 좋은 소식에도 길게 귀 기울였으리라.
하지만 더 긴 것은 그리움의 여운이다.'꽃들은 어디로 갔는지 /병사들은 그 애들은'…. 길섶에 꽃처럼 피고 지던 얼굴은 어디선가 다시 꽃이 되었을까.//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