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내 시장 간판도 없지만
나 혼자 지어 부른 김제집에 가서
전라도 누룩 가루 틀림없냐고
그렇대도 두 번 세 변 다짐받아서
고봉으로 두어 되는 사 와야겠다
있는 듯 없는 듯 나를 버무려
아랫목에 이불 쓰고 포옥 잊어버리면
삭아서 동동 떠오를 테지
한 고비 넘을 때면 숨이 가빠도
두 손 들고 말갛게 가라앉을 테지
웬만하면 예, 예 껍질을 벗고
미련한 고집불통 얽히는 생각
두 눈 따악 감고 던져 버리면
이름 없는 향기로 피어날 테지
/이향아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