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노을 속에 빠져 있었다
두꺼비 집을 헐었다가 짓고
지었다가 다시 헐며
시간은 모래톱에 지천으로 뒹굴었다
머리칼 쓰다듬고 잦아지는 안개 때문에
무너지는 어깨를 더 깊게 오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소용이 없었다
그까짓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닌가
죽고 살 일이 아니라고 하는가
사무칠 듯 기를 쓰고 춤을 추는 물새
허옇게 바스러진 조개껍데기는
떠나온 수평선을 목이 말라 더듬었다
무엇이 가슴을 절벽처럼 막았다
알고 있는 말이 한마디도 없었다
/이향아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