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수평선
바다는 노을 속에 빠져 있었다
두꺼비 집을 헐었다가 짓고
지었다가 다시 헐며
시간은 모래톱에 지천으로 뒹굴었다
머리칼 쓰다듬고 잦아지는 안개 때문에
무너지는 어깨를 더 깊게 오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소용이 없었다
그까짓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닌가
죽고 살 일이 아니라고 하는가
사무칠 듯 기를 쓰고 춤을 추는 물새
허옇게 바스러진 조개껍데기는
떠나온 수평선을 목이 말라 더듬었다
무엇이 가슴을 절벽처럼 막았다
알고 있는 말이 한마디도 없었다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