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 우체국

시 두레 2015. 6. 9. 04:56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병산 우체국

       이름 곱고 담도 낮은 병산 우체국

       해변길 걸어서 탱자 울을 건너서

       꼭 전할 비밀 생기면

       몰래 문 열고 싶은 곳

       어제는 비 내리고 바람 살푼 불더니

       햇살 받은 우체통이 칸나처럼 피어 있다

       누구의 애틋한 사연이

       저 속에서 익고 있을까 /서일옥(1951~ )

 

    빨간 우체통 앞에서 가슴 뛰던 청춘들은 휴대폰족(族)이 됐다. 쓰고 찢고 다시 쓰며 편지지에 골라 담던 정갈한 말들도 문자와 카톡 속도에 맞게 변이 중이다. 온갖 이모티콘으로 불꽃 튀는 전령사는 경계가 없어진 만큼 돌아보기도 없다. 그럴 때 어디선가 멀뚱히 서 있는 우체통을 보면 왠지 미안스럽다. 그런 중에도 우체국은 택배 등으로 오늘의 속도를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꼭 전할 비밀 생기면/ 몰래 문 열고 싶은' 우체국이라면 다른 풍경. 그 앞에서는 괜히 뭔가 적고 싶어지겠다. 여행길에 스치는 자그마한 우체국들이 똑 그랬다. '햇살 받은 우체통이' 옛 마음을 불러내면 못 보낸 편지들이 하릴없이 그리웠다. 그 섶에 '칸나처럼 피어 있'는 우체통을 만난다면! 없는 사연 지어서라도 고 빨간 꽃잎을 열고 싶어지리. 떨면서 넣은 편지가 툭 떨어지던 소리, 다시 귀 대고 싶다.//정수자;시조시인/그림;송준영/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슬픔  (0) 2015.06.11
노래·1  (0) 2015.06.10
모자  (0) 2015.06.08
峽行雜絶 (협행잡절)딱따구리  (0) 2015.06.07
밀밭은 바람을 마구 흔들어(고호의 까마귀 떼 나는 밀밭에 부쳐)  (0) 2015.06.06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