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시 두레 2015. 6. 8.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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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나는 분명히 모자를 쓰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아보지를 못한다

     그것도 공작 깃털이 달린 것인데 말이다

     아무려나 나는 모자를 썼다

 

     레스토랑으로 밥 먹으러 가서도 모자를 쓰고 먹고

     극장에서도 모자를 쓰고 영화를 보고

     미술관에서도 모자를 쓰고 그림을 감상한다

 

     나는 모자를 쓰고 콧수염에 나비넥타이까지 했다

     모자를 썼으므로 난 어딜 조금 가도 그걸 여행이거니 한다

     나는 절대로 모자를 벗지 않으련다

     이제부터는 인사를 할 때도 모자를 쓰고 하리라.

      /신현정(1948~2009)

 

   모자를 쓰면 다니고 싶어진다. 비행선처럼 둥둥 떠서. 기차처럼 길게 내달려서. 금세 휘파람을 불게도 된다. 모자에는 흥이 가득하다. 새털같이 가볍고 발랄한 흥이 가득하다. 심지어 뱃고동 소리도 들어있다.

   모자를 쓰면 어딜 조금 가도 먼 데 가는 것 같다. 여행하는 때처럼 재미가 쏠쏠하다. 이왕에 모자를 쓰려거든 공작 깃털이 달린 것을 써보자. 나비 같은 모자를, 민들레 같은 모자를, 뭉게구름 같은 모자를 써보자. 눈빛이 초롱초롱한, 신기해하는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도 보자. 생글생글 벙긋벙긋 웃는 얼굴을 하고서.생전에 시인은 시 '바람난 모자'에서   

   "모자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휘파람새 같은 것으로// 너구리 같은 것으로// 물고기 같은 것으로// 아니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으로"라고도 썼다. 시인의 당부처럼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모자를, 흥을 벗지 말자.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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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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