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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수죄(茶時數罪)

다시(茶時)는  예전 사헌부(司憲府) 감찰(監察) 들이 날마다 한 차례씩 차를 마시며 업무를 조율하던 자리를 일컫는 말이다. 감찰은 공직자의 비리를 단속한다. 남을 단속하려면 무엇보다 처신이 검소해야 했다. 거친 베로 지은 누추한 빛깔의 옷을 입고, 좋지 않은 말에 낡은 안장을 얹어 출입했다. 사람들은 행색만 보고도 그가 감찰인 줄 알았다. 감찰들이 다시라고 적힌 패를 가지고 갈 때는 대관과 만나도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 다산의 '흠흠신서'에 나온다.

 

다시 중에서도 특별히 무서운 것이 밤중에 이뤄지는 야다시(夜茶時)다. 야다시는 사안이 급박할 때 불시에 열렸다. 재상이나 높은 벼슬아치가 간악한 짓을 하거나 비리를 저지르면 한밤중에 감찰들이 그 집 근처에 회동한다. 죄상을 흰 나무판에 낱낱이 써서 대문에 건다. 가시나무로 문을 막고 서명하여 봉한 뒤에 그곳을 떠난다. 당사자는 그로부터 세상에서 내쳐져서 버림받은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혹 문짝에 검은 칠을 한 후 문을 봉했다 하여 '칠문(漆門)'이라고도 한다.

 

한때  공직자들을 벌벌 떨게 했던 야다시  또는 칠문의 전통은 후기로 오면 유명무실과 동의어로 쓰일 만큼 맥없는 말로 되었다. 감찰들의 복장부터 화려해졌고, 형형하던 정신도 그 틈에 사라졌다. 야다시란 말은 아예 잠깐 사이에 근거 없이 자기들끼리 작당해서 남을 때려잡는다는 뜻으로 변해버렸다. '성호사설'에 통탄하는 글이 실려 있다.

 

공직윤리의 기강을 맡은  관리들이  하라는 공직자 감찰은 안 하고  민간인을 불법사찰해서 때려잡으려 들었다. 들통이 나 시끄럽자 컴퓨터를 부숴, 대놓고 증거를 인멸하고 돈으로 입을 막았다. 이마저 탄로 나니 아예 잠적해버린다. '청와대 낙하산을 타고 군기 잡혀 내려온'공영방송 사장은 회사 운영상의 파행뿐 아니라 명품 백 구입에 주말까지 고급 호텔을 수시로 드나들며 제 돈 쓰듯 썼다는 구설로 시끄럽다. 견디다 못한 아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야다시를 열어 '칠문'을 했다. 이쯤 되면 피차간에 민망할 법도 한데 꿈쩍도 않는다. 여전히 믿는 구석이 있는 눈치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배울 것은 안 배우고 못된 것만 배운다. 할 일은 안 하고 고약한 짓만 골라 한다. 제 손으로 허문 기강을 어디서 되찾겠는가. 하여 세상은 날로 강퍅해져만 간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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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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