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요

시 두레 2015. 5. 10. 05:00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배가 고파요

 

삼양동 시절 내내 삼계탕집 인부로 지낸 어머니

아궁이 불길처럼 뜨겁던 어느 여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까무룩 꺼져가는 숨을 가누며

남긴 마지막 말

 

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

그후로 종종 아무 삼계탕집에 앉아 끼니를 맞을 때

펄펄한 뚝배기 안을 들여다볼 때면

오오 어머니

거기서 무얼 하세요 도대체

자그마한 몸에 웬 얄궂은 것들을 그리도 가득 싣고서

눈빛도 표정도 없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느른히 익은 살점은 마냥 먹음직스러워

대책 없이 나는 살이 오를 듯한데

어찌 된 일인가요

 

삼키고 또 삼켜도 질긴 허기는 가시질 않는데  /박소란

 

   어머니는 생전에 품삯을 받고 삼계탕집에서 일을 하셨나 보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에게 매일매일 뜨거운 뚝배기를 내놓으셨겠지. 치솟는 불길 앞에서 연신 땀을 훔치셨겠지. 내내 그 식당 일을 하시느라 얼마나 팔이 아프셨으면 눈을 감으실 때에 하신 마지막 말씀이 "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였을까. 어머니에게 이 세상을 사는 일은 얼마나 무거운 노역이었을까.

   어느덧 장성한 딸은 때때로 삼계탕집에 들르는데 그럴 때마다 펄펄 끓는 뚝배기 안에서 일하는, 살아생전의 어머니를 본다. 이 딸은 또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한 시인은 "인간의 원적지(原籍地)는 어머니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한없이 큰 사랑의 포대기로 우리들을 평생 둘러업는다.//문태준 ;시인/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맑다  (0) 2015.05.12
저들은 누구인가  (0) 2015.05.11
불두화  (0) 2015.05.09
들고양이 곁을 지나  (0) 2015.05.08
잘 익은 상처는 향기롭다  (0) 2015.05.07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