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 곁을 지나
들고양이들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나보다
좀처럼 거래가 되지 않을 것을,
감히 거래하니 엄청나지
인간의 어마어마한 열등감,
좀처럼 말을 틀 수 없는 소견머리,
그 낌새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저녁 먹고 천변을 걸을 때
여섯 번째 다리 살구나무 근처쯤에서
새끼들을 거느린 그들의 산책은 유유하다
나비야, 나비야, 어쩌구 저쩌구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 쓸데없는 짓, 속을 꿰뚫어 보며
갸르릉거리는 그들의 소리는 도도하다
나를 제일 야코죽게 하는 것은
우리 집을 나간 개들도 들개가 되었을까
그들은 내 시선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눈치 채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무시하는 건 당연하지,
인간이면 다냐고 쳐다보지도 않는 건 당연하지
하기야 쳐다보아도 별 수 없다
나는 그들과 도저히 눈을 맞출 자신이 없으니까
생명이란
애초에 하려한 모험
우리는 사람과 짐승이 아닌,
살아 있는 자아 살아 있는 자
창피를 무릅쓰고 고백하지만
날카롭게 퍼지는 그 눈의 광채를,
요망한 울음소리를
도저히 그 짐승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다
/이향아